생애주기 모델은 대략적 나이에 따른 인간의 삶의 고유한 특징과 모습을 단계별로 배열하여 드러내는 반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 개념을 나타낸다. 여기에 속하는 것들의 예를 들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적당한 시기에 취업을 하고, 연인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부모가 되고,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은퇴하는 등의 일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위독한 병에 걸린다든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다든가, 이혼을 하는 등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들을 맞이하면서 전환기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점진적 전환기와 급진적 전환기
전환기는 종종 급진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방식으로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전환기를 감지하기가 어렵고, 수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을 인지하게 된다.
반대로,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잡았던 삶을 한순간에 망가뜨려버리는 시기적 단절로서 급진적 전환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후에 다시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정리해야 하는 급진저긴 시기로서 전환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도 전환기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자기 자신이나 환경과 연결 짓고 있는 관계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간단히 정의해 본다면, 전환기란 우리의 관계와 노선, 그리고 믿음과 역할을 자기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를 불러오는 사건이 일어난 시기다. 따라서 이런 전환기는 모두가 겪는 통과 의례처럼 하나의 과정으로서 지나가며, 결국에는 관계와 역할 그리고 자기 인식과 신념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전환기의 복합적인 과정
전환기는 전환을 유발하는 사건 자체를 월등히 능가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사건이 없으면 전환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은 자녀나 배우자의 죽음과 같이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머리카락의 백발이 돼 간다든지, 서로 존대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등의 일처럼 아무런 감흥이 없는 해가 되지 않는 사건일 수도 있다.
일례로, 어떤 사람이 넘어졌다면 그 일이 중요한 사건이 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전환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넘어진 경험에 대해 "휴 다행이네요. 운이 좋았어요."라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그 사건으로 인해 내 다리가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혼자 사는 건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는 전환기로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전환기를 맞으면 매일의 습관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조정하며, 일상 습관을 하나씩 조정하게 된다. 예컨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먹는 습관과 섭취하는 음식을 변경한다. 실직이나 은퇴를 앞둔 사람은 기상시간이나 씻는 시간 그리고 아침식사 시간을 변경한다.
전환기에서의 신념
전환기에서의 신념이란 대상자가 과거를 인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잘 나타난다. "나는 항상 배우자에게 건강하고 영양가 많은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나는 어떠한 상황이 와도 굴복하지 않고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는 "나는 내가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스승님이 있습니다." 같은 의식적인 신념은 대상자가 전환기를 맞아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상황을 보게 될 때 바뀔 수 있습니다.
어떤 노인은 운전을 하다가 스스로 운전을 포기하고 면허증을 반납하기로 마음먹지만, 또 다른 노인은 끝까지 운전에 도전하다가 결국 면허증을 몰수당하고서야, 비로소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킵니다.
이처럼 예상할 수 있거나 기다리던 전환기는 예상하지 않았거나 강요되어 주어진 전환기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전환기와 경험의 전환기
내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 전환기란, 예를 들면 평생을 본인이 갖고 있는 집에서 지냈는데 노인이 되어 다른 새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이와 달리 독립적으로 자립하여 생활하는 노인이 어느 정도 자립성을 잃게 되어 새롭게 입주하는 시설로 옮기는 경우는 과거에 겪은 것과 연결되는 전환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그 이전과 '연결되는 전환기'가 곧 '같은 전화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전환기가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당사자가 갖고 있는 내적인 힘의 깊이에 따라 경험하는 전환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 경험하는 전환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것과 연결되는 전환기를 맞이할 때 어떻게 방향성을 잡을지 결정됩니다. 첫 전환기 이후에 자신감에 차서 모든 것을 도전적이고 활동적이며, 생산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좌절과 절망에 사로잡히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에 가득 찰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환기의 개념은 위기와 위험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시기가 잘못 얽혀서, 또는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전환기, 즉발적이며 예상하지 못한 전환기를 맞을 때, 당사자가 본인의 내적인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황이 악화된다면 그는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번글을 통해 여러분들도 위기라는 개념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